Flight Trip

한국에서 파리를 경유하여 밀라노로 오는 여정은 끔찍한 여행이었다.
파리에서 갈아타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미리 한국에서 탑승권을 발권하고 가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갈아타는 시간이 딱 30분 남게 되었다. 카운터 찾으랴 터미널 찾으랴 게이트 찾으랴, 정말 적진을 뚫고 달려서 딱 맞게 갈아탈 수 있었다.
밀라노에 도착해서는 더 가관이었다. 밤 9시 반에 도착했는데 짐이 오지 않았다.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내가 갈아타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짐은 다음 비행기로 온단다. 다음 비행기가 한 시간 뒤인데 기다릴래 나중에 찾아갈래 해서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밤늦게 숙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기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분명히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항에서 지하철로 가는 길이 없었다. 난 그것만 믿고 지도고 뭐고 아무 것도 준비 안 해왔는데. 숙소가 그나마 중앙역과 가까워서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할 판이었다. 허나 중앙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을 몰랐다. 공항 여기 저기에 전시되어 있는 팜플렛들을 다 뒤져서 마침 그 부분이 나와있는 지도를 구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뒤 짐을 찾으러 다시 갔는데 예정된 시간이 40분이 넘어서도 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때가 이탈리아 시간으로 11시 10분이고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6시 10분인데, 진짜로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되고 내 정신과 몸상태는 만신창이가 다 되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왜 짐이 나오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테크니컬한 문제가 생겼다며 짐을 싣고온 비행기 문이 열리지 않는다나. 자기네들도 이걸 언제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단다. 이러다가는 버스도 끊길 판이었다. 그냥 더 늦기 전에 숙소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중앙역에 가려고 하는데 이 늦은 시간에 중앙역 주변이 안전하겠냐”고 했더니 “Not very safe”라고 택시를 타고 가는 게 나을 거란다. 돈이 아까워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안전하지도 않고, 뇌는 이미 활동을 멈췄고, 대략적으로 나와 있는 지도를 보면서 중앙역에서 숙소까지 찾아갈 생각을 하니 문득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55유로를 주고 택시를 타고 숙소에 왔다. 빈 손으로.
내일 학회 장소에 가야 하는데 정확히 방법을 모른다. 휴… 완전 황당한 게, 호텔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더니 Verona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근처에 있는 버스를 타고 Riva del Garda 지방까지 온 다음에 잘 찾아오란다. 그래서 버스는 몇 번을 타야하냐고 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한다. 내리는 곳도 모르고 버스 기사한테 물어봐서 알아서 찾아오라고 한다. 뭐 이런 !@#$%^&가 다 있나 싶다.
교훈: 낯선 곳에 갈 때엔 밤에 가지 말자. 지도를 꼭 챙기자.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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