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Hisaishi Asia Tour in Seoul

히사이시조의 지브리 스튜디오 25주년 콘서트(Studio Ghibli 25th Anniversary Concert) DVD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서 내한공연 하기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알게된 공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이 공연은 히사이시조의 미니멀 음악과 사운드트랙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운드트랙이 아닌 곡들 중에는 아는 곡이 없었고 인터넷에서 찾기도 어려웠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곡들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로 티켓 오픈하자마자 재빠르게 구매했다.

먼저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좌석이 심하게 문제였다. A석을 88,000원에 구입했는데 무려 3층이었고 앞에서 두 번째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너무 멀어 웅장한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다. 뮤직 샤워를 기대했는데 사운드 속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그냥 무대 위에서 나는 소리를 멀찍이서 듣는 느낌이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이 정도 사운드는 좀 심한 듯했다. 차라리 DVD가 사운드는 더 나았다. 앞으로 콘서트에 가서 들으려면 최소 2층 좌석은 끊어야 할 것 같다.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나왔고 이 곡들은 예전부터 많이 듣던 곡들이어서 더 할 말이 많지는 않다. 가장 기대했던 태왕사신기를 연주하지 않은 건 실망스러웠다. 전날 공연에서는 했다던데.

공연 시작 때 히사이시조가 말하기를 공연 전반부에서는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미니멀 음악을 연주할 것인데 이 음악은 아마 생소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미니멀 음악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각 파트는 단순한 chunk를 계속 반복하고 이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된다. 사실 어우러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각 듣기에는 소음 같기도 하고. 형신이가 음악이 진짜 어렵다고 하길래 내가 “야,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거 들으면서 ‘어렵다’고 말하면 허세야. 이건 어려운 게 아니라 완전 노이즈 같은데.” 이 음악을 계속 접하다 보면 이 장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려나.

요즘 음악의 해석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다. 작곡가가 직접 연주하고 지휘한다 하더라도 그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음악은 곧 경험이니까. One summer’s day는 내 favorite이지만 오늘 연주는 내가 생각하는 해석은 아니었다. 감정이 풍부하게 들어가는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과한 건 질색이다. 일례로 흔히들 잔잔한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할 때 감정을 집어넣기 위해 일정 부분을 늘여서 연주하곤 하는데 듣기 싫을 때가 많다. 전에 서양음악사 수업을 들을 때 김정진 교수님께서 박자를 파괴하면 안 되는 작곡가에 대해 이야기 하신 적이 있다.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쇼팽이었던가. 듣기 거북한 다른 한 가지 경우는 피아노 연주의 RnB화인데 오른손 꾸밈음을 과하게 넣는 것이다. 그런데 히사이시 아저씨가 피아노 연주를 할 때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슬프다. 앨범에서는 그렇게 안 하는데 연주회에서 연주할 때 자주 그런다. 아무래도 피아노가 강약을 표현하는 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연주자들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 송준화 교수님과 창의력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창의적인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흔히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예술을 즐기라고 하는데 이 말은 너무 추상적이지 않냐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공감하시면서 반면 창의력 훈련을 열심히 한 연구자는 예술을 즐길 줄 알게 된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가령 그림 작품을 보면서 이 화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일에서 창의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예술작품에서도 창의의 가치를 즐길 수 없는 것이다. 어렸을 땐 작곡이라는 것이 그저 악상이 떠오르면 받아적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연구라는 것도 아이디어가 논문이 되기까지 정밀한 실험을 거치고 정리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 문장을 하나하나 다듬기를 수십 번 반복하듯이 음악이 a work가 되기까지는 마디를 하나하나 다듬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것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음악은 그 음악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곡가의 수고를 생각하면서 나와 동일시 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그 음악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함께 알고 이해하는 게 좋겠다.

다시 음악의 해석에 관해 이야기 해보자면 어떤 음악가의 해석이 내 맘에 안 든다고 거부하는 것이야 내 자유겠지만, 맘에 안 드는 해석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보려고 노력할 때 배울 것이 있고 나를 새롭게 해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해석대로 연주되는 것만 들으려고 하고 다른 해석은 즐길 줄 모르니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게다.

Joe Hisaishi Asia Tour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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