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사 연등 축제

석가탄신일에 연등축제에 가보는 게 5년 만인 것 같다. 매년 석가탄신일이 되면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비가 와서 못가고 사정이 생겨서 못가고.
연등축제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그냥 총총이 켜진 붉은 등이 사찰과 어우러져 내는 분위기가 좋다.
내 상상 속에는 홍난파의 성불사의 밤이 주는 느낌의 소박한 사찰과 빛나는 연등 몇 개가 있는데, 그런 사찰이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어제 저녁에도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면서 연등 구경하러 갈까 말까 몇번이나 고민을 했더랬다.
그러다 머리도 식힐 겸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멀지 않은 사찰을 찾아보았다.
근처에 광수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거리도 가까워서 밤길 운전하기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보였다.

산 속에 있는 절은 아니고, 아파드 단지 옆 넓은 공터에 있는 절이었다. 3층 높이의 건물 하나와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워낙 큰 건물이라 소박한 맛은 없다.

옆에서 이야기하시는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전들(대웅전 등)이 여러 건물에 나눠져 있는 게 아니고 한 건물 안에 들어있다고 하신다. 3층으로 올라갔더니 이 같은 익숙한 풍경이 나왔다.

방 벽에서 기도하시는 할머니. 저 작은 램프들이 다 불상이다.
기도하는 것… 그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방 앞에 있는 수많은 불상들. 이 불상들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 불상들 앞에서 절을 하고 경배를 하는데, 이 경배를 받는 신(god)이 있을 것이다.
불교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어서 신(god)의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불교 철학이야 어떻든 간에 실질적으로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배를 하게 하는 신은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 돼지 모형물을 보니까 참 의아했다. 이왕 우상을 만들 거면 예쁘게 만들지 이렇게 만들어야 했나. 이렇게 생긴 돼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모형을 만든다는 건 역시나 배후에 신이 있음에 틀림 없어.

많은 사람들이 염원을 담아서 이 등을 매달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나서 깨달은 게 이 등에 닭 목이 붙어있다는 거.. 역시나 이래야만 했나 싶다.

건물과 어우러진 등불은 예뻤다. 소박한 멋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지로 만든 빛나는 모형들은 나름 신선했다.
그리고 역시나 사람…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고 구하는 겸손한 마음.. 그런 마음들이 참 소중한 것 같다.

광수사 연등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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