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재해석

TV Drama Three Kingdoms

삼국지 장편 드라마 삼국(2010년 방영)을 끝냈다. 삼국지 드라마로는, 1995년에 방영된 삼국연의만 알고 있었는데, 재작년에 Trung이 새로 나왔다고 알려주어서 보게 되었다. 역시나 소설 삼국연의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1995년작에 비해서는 조조가 좀더 두드러진 느낌이지만 여전히 제갈량이 너무 돋보인다.

소설 삼국연의는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특히나 제갈량을 비현실적인 완전체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히어로를 좋아하듯이 나는 늘 제갈량을 좋아했다. 소설 뿐 아니라 삼국지 게임들도 죄다 제갈량을 지력 100에 모든 책략이 가능하고 예언 적중률 100%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정말 소설에 나온 말마따나 제갈량을 얻으면 천하통일이 가능한 케릭터로 인식되어 있다. 제갈량은 “현실적인 판타지” 주인공 같은 인물로서, 소설에 재미를 부여하는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이러한 제갈량 숭배와 촉나라 찬양의 관점에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단순히 생각해볼 때, 촉/오/위 이렇게 세 나라가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강했던 건 위나라인데, 제갈량/관우/장비/조운/마초 같은 인물을 위나라와 오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모사 중에서는, 제갈량의 라이벌로 그려지는 사마의와 주유는 제갈량에게 늘 당하기만 하는 바보로 묘사되어 있고, 무사 중에서는, 위나라에 허저, 전위, 하후돈 등의 맹장이 있으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고 오나라에서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와룡과 봉추 콤비의 주인공인 방통 역시 소설 삼국연의에서는 제갈량에 묻혀, 백전백승하는 제갈량과는 달리 전투에 몇 번 못 나가보고 화살을 맞아 죽는 다소 무능한 군사로 그려진다. 그나마 드라마 삼국연의에서는 방통이 유비에게 서천 공략의 명분을 주기 위해 적로를 빼앗아 타고 일부러 사지에 뛰어들어 죽는 것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약간의 설득력을 부여하였지만, 역시나 제갈량 밀어주기는 설득력을 포기한지 오래고 단순히 재미의 극대화를 위한 역할만 할 뿐이다.

이런 설득력 없는 판타지스러운 전개를 계속 보다보니, 역사 속 현실은 어땠을까 궁금함이 계속 들었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역시나 소설 삼국연의는 과장과 소설적인 요소가 많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몇 가지 예로, 제갈량은 뛰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주로 정치와 외교에서 그 능력이 탁월했고 군사를 다루는 데에는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다고 한다. 이는 소설에서 제갈량이 적군의 행동을 모두 예측해내고 휘황찬란한 계략을 쏟아내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와 함께 가장 비판을 받는 전투 세 가지가 박망파 전투, 적벽대전, 공(空)성계이다. 박망파 전투는 실제로 유비의 계략이었고, 적벽대전은 주유의 계략이었으며, 공성계는 허구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실제로 촉에서 전투를 주로 이끌었던 것은 방통이었고, 낙봉파에서 죽은 소설의 이야기와는 달리, 방통은 익주를 함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익주 이야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법정인데, 소설에서 법정은 (내가 별 관심 없이 봐서 그런가)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전투에 뛰어나고 계략을 많이 내는 인물이었다. 삼국지 정사의 저자 진수는, “방통은 사람을 견줘보는 것과 경학, 모책을 내는 것을 좋아하였고 당시 사람들은 그를 고아하고 준수한 사람이라고 했다. 법정은 일의 성패를 보는데 뛰어나고 기이한 꾀, 계책을 지녔으나 덕이 있다 칭송되지는 못했다. 이들을 위나라의 신하들과 비교하자면 방통은 순욱에 비할 만하고, 법정은 정욱과 곽가에 비할 만하다.”라고 평가하였다. 드라마에서 유비는 상당히 우유부단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줄 모르고 제갈량에만 의지하며, 그렇다고 무예가 특히 뛰어나지도 않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단지 인을 중시 여기는 인물로 표현된다. 그렇지만 정말로 이런 사람이 돗자리 장사를 하다가 관우와 장비만 데리고 황제의 위치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리하여 이런 의문점들을 해결해 보려고 이중톈의 삼국지강의라는 책을 빌렸다. 이 책은 삼국시대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을 근거로, 소설 삼국연의의 허구성과 실제 역사의 모습을 분석한다. 조조에 대한 재평가로 시작을 한다. 책이 재미가 있고 시간이 된다면 블로그에 조금씩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이중톈의 삼국지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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