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시야

나는 올해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가서 제주 월드컵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익스트림아일랜드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입체 안경을 끼고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고 화면을 보기 시작하자 갑자기 영상이 나를 덮칠 듯이 내 앞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협곡을 통과하기도 하고 의자가 상하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실제 기차를 탄 것처럼 미끄러지더니 그 기차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아 우리 가족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사실이 아닙니다. 실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대형 스크린 하나와 흔들리도록 장치해둔 의자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영상을 보다보니까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지며 순간순간 모든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나 이러다가 죽을 거 같아…’
‘어어, 떨어지겠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안 떨어지겠다고 몸을 비틀고 의자를 꽉 붙든 것을 생각해보니,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실체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우리는 마음 안에 형성된 사고체계(사실과 현상에 대한 마음의 주관적 해석 혹은 반응)에 기초하여 세상을 ‘그렇게’ 보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면서 스스로 일희일비 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 손기철, , Chapter 2

참으로 탁월한 비유이다. 우리가 환경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스크린에서 나오는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영적 시야가 열려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다. 환경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스크린이고, 말씀은 우리를 붙잡고 있는 좌석과 벨트이다.
전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가끔 환경은 우리로 하여금 낭떠러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도록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까봐 긴장하고 걱정하고 진을 뺀다. 매일 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언제든 미끄러질 수 있다는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은, 이 낭떠러지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가 쳐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까.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오늘도 분투하며, 내일을 염려하면 살아가는 건 아닐까.
로마서에서 “육체에 둔 생각과 영에 둔 생각”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Physical하고 tangible 한 것에 생각을 두면 낙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생각을 말씀에 두면 생명과 평안이다.

이 책은 Ridibooks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무료 체험판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괜찮다 싶어서 구매했다. 예상과 달리 insight가 매우 풍성하고 놀랍다.

영적 시야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