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인연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으니까. 거창하게 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없다. 대신 선생님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분은 있다. 중학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남들보다 좀 똑똑한 편이라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갔을 때 한 번 치른 시험 말고는 시험이란 걸 본 적이 없었고 주위에 시를 잘 쓴다든지 역사에 빠싹하다든지 그런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예배장소 가는 길에 서울외고가 있었는데 창문마다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 있는게 너무 신기하고 부러워서 감탄을 하면 아빠께서는 “저긴 똑똑한 학생들만 갈 수 있는 데야”라고 하시고 나는 “아 아무나 갈 수 있는 데가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이 가는 데가 아니네” 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교내 수학경시대회가 열린다길래 그냥 그런 데 안 나가면 아빠가 실망하실 것 같아서 신청하고 시험을 보게되었다. (난 대회 같은 거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며칠 후에 수학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부르셨다.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네가 막 그렇게 잘 한 건 아닌데 1학년 치고는 잘해서 장려상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여튼 그 이후로 나는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수학을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고 과고를 거쳐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 내 공부를 열심히 도와주신 건 아니다. 단지 시작하는 기회를 열어 주셨을 뿐. 그래도 나에게는 매우 고마운 분이시다. 4년 전에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선생님 메일 주소를 찾아내고 연락을 했다. 그 때 쓴 메일을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손발이 오글오글. 수학 교육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것 같다. 선생님으로서의 임무를 훌륭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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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생님

중학교 때의 이경희 선생님과 한숙희 선생님을 찾아가 뵈었다.
오늘 진호와 만나서 놀기로 했으나,
혜화역에 가는 도중 선생님들 얘기가 나와서 불암 중학교로 경로를 바꾸었다.
진호는 중학교 때 선생님들을 자주 찾아 뵙는다고 했다.
난 정말 한심하다.

두 분 다 자리에 안 계셔서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먼저 이경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인사를 하자, 나를 바로 알아보셨다.
” 너 요한이 아니니? ”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며 있는데 몇 분 후에 한숙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의외로 한숙희 선생님은 날 알아보지 못하셨다.
처음에 보자마자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이경희 선생님께서 처음엔 진호를 가리키시고 다음 나를 가리키시며,
” 얘는 몰라도 얘는 알아야지. ”
한숙희 선생님께서 나를 잘 보시더니, 팔을 탁 치시면서,
” 어머! 죽지모테 아냐! ”
하고 놀라셨다. 죽지모테를 알고 계시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한숙희 선생님께서는 내 소식이 궁금하셔서
가끔 버디에 들어오시기도 하셨댔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난 없었다고.
난 정말 한심하다.
이경희 선생님께서는 추천서 일로 나를 떠올리신지 한 달도 안 됐다고 하셨다.
이경희 선생님은 김명희 선생님과 친하셔서 내 카이스트 소식을 알았는데
한숙희 선생님은 모르고 계셨다.
이경희 선생님께서는 중학교 때 내 글들을 읽어보면 종교관이 뚜렷해서 좋았다고 하셨다.
수업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어우르는 내 품성 때문에 우리 반에서 수업할 때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선생님들과 쌈밥정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탁구장에서 탁구도 쳤다.
오늘 느낀 점은, 선생님들도 너무 평범한 주부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울 때엔 잘 몰랐지만, 아이들에게 연락해서 밥 먹으러 나오라고 하시는 모습,
자녀들 공부 문제를 얘기하시는 것들을 보면서
정말 평범한 주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선생님들을 찾아 뵈니까 너무 좋았다.
그 동안, 중학교에 애정이 없어서 중학교 선생님들 거의 안 찾아 뵈었는데
앞으로는 자주 찾아 뵈어야겠다.
김명희 선생님, 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정란 선생님 찾아뵙고 싶다.

선생님